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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대당 가격이 2500억원에 달하는 EUV 장비를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줄을 서서 사가야 할 만큼 '슈퍼 을'로 군림하고 있다. 이 장비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소재 분야에서 세계 유일의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나올지 기대를 모은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기술을 기반으로 EUV 펠리클 양산 기술을 확보한 그래핀랩 얘기다.
그래핀랩은 화학기상증착법(CVD) 그래핀 기술을 이용한 필름 양산 설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래핀 기반 EUV 노광 공정용 펠리클 상용화에도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펠리클은 EUV 노광용 포토마스크를 외부 오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소모품이다. EUV 광원은 파장이 13.5㎚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물질에 쉽게 흡수된다. 따라서 펠리클을 얇게 구현하며 투과율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노광 공정에서 발생하는 80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는 실리콘, 탄소나노튜브(CNT) 등이 펠리클 소재로 사용됐다. 그러나 실리콘은 고온에서 딱딱하게 굳는 특성 때문에 노광 공정 도중에 파손될 수 있다. CNT 역시 공정 도중에 수소와 만나면 손실이 일어나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EUV 공정용 펠리클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래핀랩이 그래핀을 활용해 EUV용 펠리클 양산에 성공하면 세계적으로도 첫 성과가 될 전망이다.
그래핀랩은 지난 6월 그래핀 층 두께 조절 기술 개발을 마치고 외부 기관에서 진행한 EUV 펠리클 투과율 검사에서 89%를 웃도는 투과율을 보였다. 최근에 특허 등록한 '오존가스를 이용한 펠리클 소재용 그래핀 박막의 제조방법'으로 그래핀 두께 제어 기술도 확보했다. 권 대표는 "이 기술은 그래핀 박막의 두께 제어가 용이하고 식각 과정에서 그래핀 층의 손상을 억제해 기계적 강도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FMM은 다이닛폰프린팅(DNP) 등 일본 기업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권 대표는 "DNP가 생산하는 FMM은 에칭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낮은 수율과 고해상도 제품 공정에 약점이 있다"며 "우리는 고해상도 FMM 양산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알려진 인바 CTE(열팽창계수)값을 1PPM/도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래핀랩은 전주도금 방식 FMM을 앞세워 내년부터 DNP의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매출을 점차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